No.175C : Navy

Washing Cotton Set-Up Jacket

• 키 : 172cm
• 몸무게 : 73kg
• 허리 사이즈 : 31~32 size
• 구매 사이즈 : L

성인이 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가 하나둘씩 생기다 보니 셋업 슈트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요즘이었는데, 드디어 바스통에서 처음으로 셋업 슈트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제품이 들어오자마자 구매했습니다. 그중 아우터인 No.175C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 제품은 첫인상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제가 평상시 보던 슈트의 소재와는 다른 재질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 바로 들었습니다. 절대로 탄력적이거나 찰랑찰랑한 그런 소재가 아니고 순면을 사용해서 빳빳한데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약간의 광택, 그 광택으로부터 나오는 고급스러움은 제 눈길을 바로 사로잡았습니다. 알고보니 소재의 출처가 Brisbane Moss라는 영국에서 꽤나 유명한 원단 회사로 - 에르메스, 프라다, 구찌, 랄프로렌 등 명품 하면 내로라할 브랜드들이 애용하는 원단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랜기간 다져진 원단에 대한 깊이는 역시 결과물에서 드러나는 법입니다. 하의인 치노 팬츠도 동일한 소재가 사용되었는데, 상의의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과 하의의 탄탄하고 무너지지 않는 느낌을 동시에 받쳐주는 원단을 찾느라 셋업 슈트의 출시가 늦어졌다는 디자이너님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원단이었습니다.

수납력도 좋은 편입니다. 우선 밖의 포켓도 꽤나 큰 편이고 안주머니도 두 개에 작은 코인 포켓도 달려 있어서 부족할 틈이 없습니다. 특히 안주머니가 사용하기에 무척 편했는데, 트윌 소재의 안감 덕분에 가죽 지갑이 주머니 속으로 미끄러지듯 잘 들어가서 좋았습니다.

또 자켓이 전반적으로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쓴 것 같은 재밌는 디테일이 많이 보였습니다. 전면 포켓 위로 나 있는 절개선이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자켓의 전면부를 심심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트임으로 더블 벤트를 사용했는데, 가성비 정장에서 자주 보이는 칼로 그어버린 느낌이 아니라 면을 정성스레 덧댄 느낌이라 참 좋았습니다. 마치 영국 신사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굳이 셋업이 아니더라도 상의는 하나의 면 자켓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네이비 컬러는 코디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무엇보다 너무 포멀한 느낌이 나는 소재가 아니라 정말 오래 입은 듯한, 그리고 동시에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그런 원단이어서 격식 있는 자리에도, 조금 가볍지만 가볍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리에도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에 셔츠를 입으면 정장이 되고,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으면 캐주얼한 데이트룩이 되는 엄청나게 넓은 범용성이 필요하다면, 175C 보다 좋은 슈트는 아마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