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와 모임 제한 등 짧은 시간동안 일상이 크게 바뀌면서 옷차림도 변화하게 됐습니다. 편한 차림이 주가 된 요즘같은 때 볼캡은 가장 활용하기 좋은 액세서리라고 생각합니다. 머리 손질하기 싫은 날이나 한여름 작은 그늘 용도로도 좋고요.

992 볼캡은 출시 직후부터 눈여겨 본 모델이었고 여름 시즌에 휘뚜루마뚜루 쓸 용도로 구매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올리브 색상은 무엇보다 자수의 청량한 컬러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다소 차분해 보이는 올리브 컬러, 코튼 소재의 볼캡에 활력을 불어 넣은 느낌이랄까요. 

처음 배송을 받고 모자를 들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벼운 무게와 얇은 코튼 소재. 기존에 착용하던 뉴에라/하딩 레인의 모자들은 두꺼운 소재에 실루엣도 단단하게 각이 잡혀 있다면 992 볼캡은 캠프캡처럼 가볍고 유연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나일론 소재의 캠프캡보다는 좀 더 무난하고 활용도가 높아 보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가벼운 소재감입니다. 전에 쓰던 모자들이 두껍고 단단한 소재들이라 초여름에 착용하기에도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992 볼캡을 처음 썼을 때 마치 플란넬 셔츠를 벗고 포플린 셔츠를 입은 것처럼 쾌적했습니다. 얇고 가벼운 소재가 머리를 부담스럽게 감싸지 않아서 오래 써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평소 열과 땀이 많아서 자주 모자를 벗고 머리를 식혀줘야 했는데 992 볼캡은 종종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편합니다. 여름에 착용할 용도로 992 볼캡을 구매한 제 목적에 꼭 맞아 떨어져서 구매 후 다른 모자는 전혀 착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다른 모자는 구입하지 않고 992만 색상별로 모으고 싶어졌어요.

두 번째로 핏을 꼽습니다. 저를 비롯해 한국인 상당수의 두상이 옆면이 튀어나온 형태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앞/뒤가 긴 형태인 서양인 두상에 맞춘 해외 브랜드의 볼캡을 썼을 때 머리 옆으로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모자를 잘 쓰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는데 국내 체형에 맞춘 브랜드이다 보니 992 볼캡을 쓰면서는 머리 양 옆쪽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소재가 두껍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착용하고 있으면 저같은 두상에 편하게 맞도록 패턴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자 깊이가 깊어서 옆짱구들이 흔히 겪는 모자가 점점 밀려 올라가는 현상도 없었고요. 머리를 감싸는 밴드나 전면 패널 등의 형태를 고정시키는 프레임을 최소화 한 것도 자연스러우면서 다양한 두상에 잘 맞는 핏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브랜드의 장점인 소재와 마감, 곳곳에 숨어 있는 크고작은 디테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얇은 코튼 소재는 착용감이 좋으면서도 색상이나 표면 질감이 충분히 고급스럽습니다. 입체감 있는 자수의 색상과 디테일이 옆쪽 992 넘버로 이어지는 것도 포인트가 되고 좋습니다. 길이를 조절하는 버클은 빈티지한 느낌의 금속이 모자의 스타일과 잘 어울립니다. 바느질 등의 기본적인 마감은 역시 바스통 제품답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챙 안쪽에[ 진한 녹색을 배치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활용도 높은 올리브 컬러에 캐주얼한 볼캡 형태다 보니 요즘같은 여름에 티셔츠에 데님 또는 반바지에 자주 코디합니다. 녹색 계열의 티셔츠에 톤온톤으로 매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흰색, 남색의 상의에 곁들이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티셔츠는 물론 셔츠와 워크셔츠 코디에도 잘 어울려서 봄,가을에는 셔츠/타이/재킷 등의 포멀한 옷차림에도 애용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117C 재킷과의 조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름 대비용으로 구매했지만 사계절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용해 본다면 그 장점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인만큼 지금보다 더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취향과 옷차림에 맞춰 여러 개 구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