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안 그래도 오빠 벨트 많이 낡았더라.’
새 벨트를 사야겠다며 제가 보여 준 바스통 903 벨트의 사진을 본 여자친구가 한 말이었습니다. 가을 맞이 옷 정리 중 그동안 쓰던 벨트들의 벗겨진 가죽, 늘어나고 터진 패브릭을 보며 저도 이미 느낀 것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상대의 옷차림을 디테일하게 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뒤통수가 뜨끔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셔츠, 팬츠, 재킷에 비해 벨트같은 액세서리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투자한 금액 역시 현저히 낮았기 때문입니다. 가죽 표면이 벗겨져 희끗희끗한 벨트를 몇 년째 쓰면서도 셔츠와 재킷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을 뉘우치며(?) 이번엔 제대로 투자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903 벨트 다크 브라운 컬러입니다.
제품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무게가 가볍고 가죽 소재에서 단단함과 매끄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간 ‘가성비 아이템’으로 구매했던 통가죽 벨트들과는 반대였습니다. 아, 주변 사람들이 벨트보다도 더 큰 관심을 보였던 고급스러운 파우치 역시 마음에 쏙 듭니다. 그냥 보관만 하기엔 아까워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903 벨트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역시 기본이 되는 가죽 소재. 재미있게도 컬러에 따라 다른 두 가지 가죽을 사용했는데 제가 구매한 다크 브라운과 블랙 컬러는 브라이들 레더를, 내츄럴/탄 색상은 이탈리안 레더로 되어 있습니다. 가죽의 텍스쳐를 보니 내추럴/탄 색상은 푸에블로 레더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소 가죽에 관심이 많아 가죽 공예를 배우고 있는데 브라이들 레더와 푸에블로 모두 소가죽 중 선호도와 가격이 높은 가죽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특히 브라이들 레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로 고급스러운 광택과 강한 내구성이 장점입니다. 최고급 가죽 중 하나인 말 엉덩이 가죽의 고급스러움을 소가죽에서 일부 맛보면서 내구성의 장점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했던 터라 903 벨트의 소재를 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벨트를 꺼내니 가죽 표면에 하얗게 맺힌 유분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브라이들 레더의 특징인데 원피에서는 마치 먼지가 쌓인 듯 자욱하게 맺혀 있습니다. 이 유분기가 다시 가죽으로 스며들며 표면에 광택을 만든다고 합니다. 좋은 브라이들 레더는 유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903 벨트를 열어볼 때 반가웠습니다.
아직 긴 시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903 벨트는 기존에 사용하던 벨트들보다 훨씬 단단한 느낌입니다. 제품 소개를 보니 내부 보강재 없이 두 장의 가죽만으로 볼륨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아마 이 가벼움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다른 벨트들을 사용하며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완성도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가죽 표면이 벗겨져 낡아 보이는 현상에서도 자유롭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용해 보면서 알게 되겠죠.
황동에 은 도금을 한 버클도 마음에 듭니다. 황동은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프레임과 부품 소재로 처음 이름을 접했는데 다른 금속 소재보다 내구성이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보다 무겁지만 고급 소재로 인식하고 있고요. 거기에 진짜 은이 포함된 코팅이라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기존 스테인리스 스틸의 거울같은 반짝임과 다른, 처음엔 탁하게 느껴지는 말 그대로 은색입니다. 무광의 표면 질감 때문에 캐주얼한 착장부터 빈티지 분위기의 코디까지 두루 어울릴 것 같습니다. 기존 벨트를 버리기 전에 버클 부분을 상세히 보니 크롬 도금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모습이 보기 좋지 않더군요. 그간 신경쓰지 않았던 벨트의 중요성과 디테일을 903 벨트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문득 이 벨트를 오래 사용해서 코팅이 벗겨지면 황동 소재가 노랗게 나타날지 궁금해지네요.
그 외에도 사슴 눈을 생각하며 디자인했다는 홀과 꼼꼼한 바느질 등 일일이 언급하기 힘든 작은 디테일들도 역시 훌륭합니다. 독특한 홀의 모양은 벨트를 오래 사용했을 때 홀 주위의 가죽이 측면으로 주름지거나 찢어지는 것을 줄여줄 것 같네요.
사이즈는 M/L이 있는데 평소 팬츠 32 사이즈를 착용하는 제게는 M 사이즈가 맞습니다. 착용 후 1-2개의 홀 여유가 있으니 33사이즈까지는 M 사이즈를 선택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정확한 것은 직접 방문해 착용해 보는 것이라 저도 쇼룸에 가서 구매했습니다. 친절하게 대응해 주시고 착용해보기도 전에 사이즈를 정확히 맞추신 매니저님 감사합니다.
심플한 디자인에 활용도 높은 다크 브라운 컬러라 치노부터 데님, 울 팬츠까지 두루 착용이 가능합니다. 가지고 있는 팬츠 몇 벌에 대 보니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제품의 완성도를 확인했으니 앞으로 코디나 구두 컬러에 따라 블랙/탄 색상을 추가 구매할 예정입니다. 이번 구매를 통해 그간 간과했던 벨트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903에 대한 좋은 후기에 감사드립니다.
바스통에서는 30 ~32의 사이즈는 M사이즈를 추천드리고 그 이상은 L사이즈를 추천해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고객님들의 착용하고 싶은 실루엣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잘 설명해주셔서 많은 고객님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네요!
꾸준히 보내주시는 관심에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