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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많이 달라졌다 너? 츄리닝만 입던 놈이"
최대한 멋있게 나가고 싶은 자리였고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방 한편 행거만 바라봤다.양복은 너무 무겁고 반팔은 너무 가벼울까?? 안 꾸민 듯 꾸며야 더 멋있는 거라고.
평소 쇼핑은 혼자 다니던 녀석이 웬일인지 같이 가자며 꼭 보여주고 싶다며 데려간 바스통 연남점.나무 장식에 걸려있던 '201-9 디노 셔츠' 보자마자 이리저리 매만지며 연신 감탄만 내쉬고 있었다. 무심결에 바라본 가격표 쉽지 않았다.이제 막 학생 티 털어낸 놈에겐 마냥 이쁘니깐 사야지는 아니었다. 매장을 나와 신호등 두 번 건넜을까. "원석아 공룡 자수 들어간 셔츠 있잖아. 나 그거 살래 다시 가자""매니저님 저 이 셔츠 L 사이즈 있을까요?"드레스룸에서 들어가 입고 갔던 상의를 벗을 때 이미 알았다 안 어울려도 살 거란 걸. 아니 매니저님이 드레스룸 문을 마저 닫아 주실 때 알았다.아니 매장에 들어오며 마주쳤을 때 이미 샀다.201-9 디노 셔츠를 보면 대학교 시절 진짜 과묵하고 용모단정한 누가 봐도 멋있던 선배가 있었는데 입만 열면 특유에 얇은 목소리와 때 묻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로 반전 매력을 보여 웃음을 자아내던 선배가 생각난다. 뭐랄까 깔끔하고 세련됐는데 위트가 있다. 무거울 수도 가벼울 수도 없는 놈이다. 어른인 척하는 아이? 아이인 척하는 어른? 둘 중에 오답이 있을까다른 셔츠와 비교하여 재질이 좋은지. 기장은 적당한지 모르겠다. 그저 앞서 말한 말 외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방법도 모르겠다.어른이 되게 해주는 '셔츠'와 소년을 생각나게 하는 '공룡'. 나와 같은 생각으로 디자인하신 거라면 반칙이 아닌가 셔츠에 공룡을 담았으니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저마다 특별한 옷 하나쯤 있겠지만 누구보다 가치 있을 옷이다. 누군가는 사지 못해 끊임없이 후회하겠다.
신발 끈을 묶고 현관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다듬으니 입꼬리가 내려올 기미가 없다.
"어 나가는 중이야 이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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