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서뜻 손이 가지 않는 옷입니다.
니트 베스트란게 사실 요즘 그렇게 흔한 아이템은 아니죠.
풀오버나 카디건에 비하면 덜 보편적인 옷입니다.
저 역시도 302 이전까지 니트 베스트를 입어본지가 상당히 된 것 같습니다.
302를 살 때도 사실 그런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게 옷이 예뻐서 사긴 사는데, 잘 입을 수 있을까...?
옷을 산 날 만난 친구가 302를 보더니 '우리 할아버지 조끼 같은데?'라고 디스를 날리기까지 해서 불안이 가중됐죠;;
하지만 다행히 잘 입고 있습니다.
이게 레이어드할 때 마법의 아이템이더군요.
풀오버나 카디건 형태의 니트도 물론 레이어드 해서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팔까지 완전히 덮는 형태의 니트들은 아무래도 이너웨어의 부피를 더 크게 만들 수밖에 없고, 아주 추운 날씨가 아닐 땐 다소 과한 보온효과를 일으킬 수 있죠. 저 같이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아직 니트 스웨터나 카디건을 코트 안에 껴입으면 좀 덥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몸통만 덮는 베스트는 그런 부담이 덜합니다.
팔을 덮지 않으니 재킷의 팔통이 다소 핏해도 걱정이 없고,
몸통은 따뜻하게 해주지만 팔과 목 부분까지 올라오지는 않으니 너무 더워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레이어드 코디의 느낌을 낼 수 있죠.
옷 자체는 뭐 말할 것 없이 예쁩니다.
단조롭고 칙칙한 단색 올리브 니트가 아닙니다. 베이스가 되는 올리브 컬러 자체도 아름답고,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렌지색, 파란색 등의 색실이 불규칙하게 점점히 박혀있습니다. 정신 사납게 하는 형형색색의 패턴은 아니고, 알게 모르게 오묘한 텍스쳐를 주는 정도의 빈도랄까요?
아무튼 뭔가 자연의 색감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침엽수림 사이사이로 보이는 새둥지 같기도 하고 야생동물 같기도 하고ㅎ
촉감은 더할나위 없이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울 100%라고 알고 있는데, 저는 캐시미어가 혼방됐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맨 몸에 입어도 될 것 같은 부드러움이랄까요.
짜임도 아주 완성도 높습니다.
꽈배기 패턴도 뚜렷하고 섬세해서 포인트가 되주고요,
딱 적당한 넓이의 립과 적절한 깊이로 파인 넥라인은 셔츠와 아주 궁합이 좋습니다. 자켓과 셔츠 사이에서 브이존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주네요.
아직 완전히 추워지지는 않은 간절기에 적당한 수준의 보온성과 코디하는 재미를 더해주는 아이템입니다.
사던 당시에는 이거 비싼 돈 주고 사서 계륵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성공적인 구매가 됐네요. 요즘 아주 잘 입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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